사이드웨이 Sideways (2004)
알렉산더 페인 Alexander Payne
주연
폴 자마티....마일즈
Paul Giamatti....Miles
토머스 헤이든 처치....잭
Thomas Haden Church....Jack
버지니아 매드슨....마야
Virginia Madsen....Maya
산드라 오....스테파니
Sandra Oh....Stephanie
메릴루이즈 버크....마일즈의 어머니
Marylouise Burke....Miles' Mother
제시카 헥트....빅토리아
Jessica Hecht....Victoria
미시 도티....캐미
Missy Doty....Cammi
M.C. 게이니....캐미의 남편
M.C. Gainey....Cammi's Husband
중년의 영어교사 마일즈와 한물간 배우 잭은 대학 새내기때부터 친구사이입니다. 이 둘은 잭의 결혼을 앞두고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마일즈는 몇년간 소설을 써서 출판사에 출판여부를 타진한 상태라 예민해져 있고(바로 그 책이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인 Sideway 랍니다.) 몇년전 이혼한 아내와 한가닥 재결합의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흔이 넘어선 중년에 이르러서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고는 생각에 조급해져있지요. 결혼도 유지 못했고 아이도 없고 돈도 벌어논게 없고 책마저 출판하지 못한다면 이대로 낙오자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요.(미국처럼 성공 일변도의 신화에 매몰되어 있는 사회에서 '루저' 만큼 모욕적이며 자학적인 언어도 없는거 같습니다. 리틀 미스 선샤인의 실패만 하는 성공학 전문가 아빠 리처드가 떠오르는군요) 이에 비하면 한물간 배우인 잭은 별로 고민이 없어 보입니다. 일주일 뒤에 결혼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여자를 꼬셔서 마지막 총각여행을 불사를 수 있나에만 오직 관심이 있습니다.
이들은 산타 바바라의 모텔에 머물며 근처의 와인 농장을 순례하며 공짜로 와인을 실컷 시음하고 저녁에는 괜찮을 레스토랑을 찾아 또 성대한 성찬과 와인을 마시면서 보냅니다. 이들은 레스토랑에서 얼마전 철학교수와 이혼한 지적이고 아름다운 마야와 와인 농장에서 만난 정열적인 스테파니와 만나 데이트를 하게됩니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와인한잔 마시며 하루종일 수다 떨면서 뒹굴뒹굴해보고 싶어집니다.
화끈한 여자 스테파니와 몸으로 살아가는 배우 잭은 물론 만나자마자 불꽃을 튀기며 바로 섹스로 돌입하지만(와이프는 잭의 아무 생각없는 처사에 열변을 토했지만 저는 씩 웃기만 했읍니다. 어쩌겠어요 그게 바로 숫컷의 속성인걸요.) 먹물 범생 마일즈와 마야는 상당히 뜸을 들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마일즈의 미지근한 태도와 이혼한 전처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어서죠. 전처에게 술취한 마일즈가 전화하는 장면은 애인하고 헤어진후에 전화통에 매달려 각종 주접 삼종세트를 떨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공감할 만할 겁니다.(어떤 사람은 그래서 어느정도 감정 정리가 될때까지 취하도록 술도 먹지 않는다고 합디다.^^)
마일즈와 마야의 와인에 대한 대화를 들어보면 감독이 와인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마야 : 개인적인 질문이 있어요? 왜 피노를 좋아하죠? 거의 광적인 수준이던데
마일즈 : 껍질은 얇지만 성장이 빠르고 까베르와는 달리 아무 환경에서 못 자라서 끊임없이 보살펴줘야하고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에서만 잘 자라고 인내심없이는 재배가 불가능한 품종이지요 시간과 공을 들여서 돌봐줘야만 포도알이 굵어지고 그렇게 잘 영글면 그 맛과 오묘한 향이 태고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줘요. 또 소박한 면도 있지요.
마일즈 : 당신은요? 왜 와인을 좋아하죠?
마야 : 전 와인의 삶을 찬미해요
한 생명체가 포도밭에서 익어가는 모습
비가 내리고 따사한 햇살
와인이 만들어지고 숙성되는 오랜 세월동안 죽어간 사람들...
또 와인은 변화무쌍해서 따는 시기에 따라 그 맛이 제각각이죠
생명력을 가졌기에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요.
당신이 아끼는 61년산 슈발 블랑처럼 제 맛을 한껏 뽐내고 삶을 마감하죠
최고의 맛을 선사한 후에!
알렉산더 페인의 다른 영화들(어바웃 슈미트, 일렉션)과 비슷하게 이 영화에서는 특별한 클라이막스가 없습니다. 주인공들의 꼬인 인생처럼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갈 뿐이죠. 하지만 감독의 아주 적절한 캐스팅과(유명배우가 없다는 게 최대의 강점이지요. 특정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아서 편하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탄탄한 연출, 좋은 각본,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맞물려 아주 좋은 영화로 익어가게 됩니다. 마치 와인처럼요.
영화를 보고 나면 저절로 와인을 마시고 싶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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