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는 생명수를 찾았을까?



어제 저녁 저희집 거실에서는 역사적인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름하여 '가족 독서토론회'
일주일 전에 책을 하나씩 선택하여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저희집에서 가장 큰 체벌인 '세 대 엉덩이 맞기'(때리는 강도는 제 감정에 달려있지만 횟수는 3회를 넘기지 않는다)로 정했습니다. 요즈음 너무나 만화책만 보고(물론 각종 만화책을 사다 나르고 빌려오는 부모가 공급책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책을 읽지 않아서 내린 특단의 조치였습니다.
지관이는 얍삽하게 제일 얇고 쉬워보이는 '크리스마스의 비극'이라는 추리동화책을 골랐고 재관이는 황석영의 '바리데기', 저는 '인간없는 세상', 김여사는 '나무 위 나의 인생'을 골랐습니다.
예상했던대로 뺀돌이 임지관은 끝까지 책을 읽지 않고 개기다 몸으로 때우려는 걸 폭력과 독서토론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와서 다음주에 책 한권을 더 읽어 오는 걸로 벌칙을 바꿨습니다.
재관이가 바리데기의 줄거리를 말하는 어찌나 조리없고 두서없이 말하는지 참으로 답답했는데(여자친구가 있다고 상상하고 말해보라고 하니 좀 나아지더군요.^^) 맨 마지막에 하는 말이 바리가 생명수를 찾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저는 바리가 생명수를 찾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소설을 감동깊게 읽었으나 나중에 실망을 했거든요.(역시나 우리에게는 희망은 없구나.) 하지만 재관이는 바리데기가 자신과 가족들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분노하지 않고 받아들인것이 생명수를 찾은거라고 말했습니다. 생명수를 해결책이라고 생각한 저의 생각이 짧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관이는 이야기를 듣더니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나쁜 생각을 안하고 죽지않고 견딜 수 있는지 신기하다고 하고 김여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울화가 치밀어서 힘들었다고 합니다.^^
일주일 뒤에 또 한권의 책을 읽어오고 이번에 읽은 책은 각자가 독후감을 한장씩 써오기로 하고 모임을 마쳤는데 상당히 뿌듯했습니다. 그동안 말로만 아이들과 이야기해야겠다고 해오다 처음으로 해보니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는 가능하면 '꼰대'들은 뒤로 빠지고 아이들이 많은 생각과 느낌을 말하는 자리가 되면 더더욱 좋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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