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힐 클라임 대회 참가기
1년전 자출을 시작하면서 농담 비슷하게 대관령 업힐 대회라는 게 있던데(모임에 나갔더니 업힐대회 져지를 입고 계신 분이 있어서 알았습니다) 한번 나가볼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설마 진짜로 나갈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좋아질까 의심스러웠기에 확신은 없었는데 자전거를 MTB에서 로드바이크로 바꾸고 슬슬 체력 안배가 되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는 5월에 파워미터까지 장만해서 젖산역치 테스트도하고 인터벌 훈련도 하면서 나름 준비를 했는데 좀 더 체계적으로(훈련주기화라고 하더군요) 훈련을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기초적인 유산소 지구력등등의 훈련없이 벼락치기로는 한계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심리적인 요인까지 겹쳐져서...
하여간 가족과 함께 토요일 강릉 경포대 근처에 있는 숙소로 향했습니다. 클럽 식구들과 인사를 하고 11시쯤 잠자리에 들었는데 당연히 시험 전날이니 푹 자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아침 몸상태는 좋았습니다. 아침을 먹고 선수 집결 장소인 강릉시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몸을 풀기로 하였습니다.





놀라운 스탠딩^^

강릉시청 : 1시간 가량 식전 행사를 했는데 장소에 비해 참가자가 너무 많아서 통제가 힘들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출발장소인 영동전문대앞까지 천천히 이동했는데 이미 엄청난 폭염이 시작되었습니다. 출발을 기다리다가 펑크가 난 분도 계셨습니다. 계획은 그룹별로 순차적으로 출발하게 되어 있지만 좁은 길에 늘어서 있다보니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대충 차례가 되어 출발을 해서 초반 평지를 달리는데 좀 잘타는 사람 뒤에 붙어서 체력 안배를 해보려고 했는데 나중에 파워데이터를 보니 너무 오버페이스했습니다. 경험이 없으니 흥분을 하는 바람에... 초반에 선두그룹에 붙어서 빨리 가는데 유리하다고 들었는데 다음에는 그런거 신경쓰지 말고 목표 파워를 너무 많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달려야 하겠습니다.
일단 업힐을 시작하고 나니 별로 생각 나는게 없습니다.^^ 물론 많이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간단하게 줄일수 있습니다.(힘들다, 숨차다, 에구 죽겠네, 우씨! 또 추월당하네..... ) 초반에 도싸져지 입으신 분이 꽹과리를 치면서 '힘내라'를 외치고 계셨는데 힘내서 기록 10분 단축하라고 하는거 같았습니다.^^
중간에 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세군데가 있는데 근처에 가면 참가자들이 '물' '물~~~~' '물~~좀 주세요' '물 좀 주소~~~~'를 외치는 소리가 메아리 칩니다. 미지근하다못해 뜨끈뜨끈한 물통 물만 먹다가 보급소를 만나면 아주 반갑더군요.
지난 여름 휴가에 답사차 올라갔을 때에는 오후라 그늘도 있었고 살짝 비도 뿌려주고 했는데 대회날은 정말 엄청난 폭염이었습니다. 올라가면서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20분쯤 지나자 슬슬 끌바를 하는 분도 생기기 시작하고 아예 자전거를 세워두고 쉬는 분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는 다리에 쥐가 났는지 길가에 벌러덩 누워계시는 분도 계셨는데 어떤 분이 도와주고 계시더군요. 스쿠터 타고 다니시는 분이 계셨는데 자원봉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도움은 안되더군요. 혹시나 사고가 생기면 맨 아래에서 구급차가 올라와서 대처하기는 쉬운 일은 아닌거 같았습니다. 최소한 보급처 세곳에는 구급차가 있어야하지 않을까합니다.
아무생각없이 계속 오르다 보니 대관령 정상 표지석이 보이더군요. 클럽분들이 얼마 안남았다고 응원을 해주시는데 완전히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다가 사진을 찍길래 겨우 표정관리했습니다.^^


정상 근처에서 응원하기로 했던 와이프하고 아이들이 보이는데 막판 스퍼트를 하느라 포즈를 취해주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저를 보고 깜짝 놀라서 뒷통수만 찍었답니다.^^


정상에는 벌써 들어온 선수들이 보입니다. 왼쪽 아래에 두명이 유명한 MTB 국가대표죠.
정상에 도착해서 기록칩 반납하고 물한통, 바나나1개 받고 온가족 동원해서 마사지 받았더니 좀 정신이 돌아오더군요.^^


올라가면서 계속 추월당하는 게 괴롭더군요.
'우씨! MTB한테 추월이네'
'헉! 풀샥한테 지다니'
'파란색한테 추월당하면 안되는데'(등번호를 보면 나이별로 색깔이 다릅니다. 파란색은 같은 그룹)
'아싸! 녹색 하나 추월했다' (녹색은 30대 그룹)
'앞에 싸이클 하나추월하고'.....
'우씨! 바로 추월 당하고...ㅠ.ㅠ'
막판에 20미터쯤 남겨두고 맹렬하게 댄싱하면서 다섯명쯤 추월했는데 그중에 두명이 저하고 같은 그룹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29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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